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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유 생명과 법

credoway
2019-12-04
조회수 437


뭣이 중헌디 – 생명과 법 (출처 법률저널 칼럼)


작년 이맘때쯤, 연로하셨지만 치명적인 질병은 없었던 아버지와의 준비 없는 이별 이후부터 죽음, 혹은 생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1년간 유독 생명에 관한 책이나 영화를 많이 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숨결이 바람될 때’인데, 나와 동갑인 77년생 젊은 의사 폴 칼라티니가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받은 후 2년 반에 걸쳐 써내려간 수필로서, 저자의 사후에 부인이 덧붙여 쓴 에필로그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니 생명의 문제야말로 법률가들이 치밀하게 연구해야 할 분야임을 알게 되었다. 존엄사, 낙태, 배아복제와 줄기세포, 시험관아기시술과 여분의 배아 폐기, 유전자가위(편집), 다태아 임신과 선택적 유산, 인공지능, 동물실험과 이종이식, 사후피임약 등 ‘생명윤리’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많은 이슈들은 그대로 ‘생명법’ 이슈이기도 하다.

생명과 관련된 이슈들의 뒤에는 제약, 의료, 바이오 등 비즈니스, 다시 말해 돈이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특정 병원의 줄기세포 연구 승인에 비선실세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병원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이후 더욱 영업이 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선실세를 이용해서 특혜를 받은 병원을 비난하기는커녕 특혜 덕분에 남들보다 많은 연구를 해온 병원을 더 찾아가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완벽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생명공학기술의 발달이 만난 21세기 현실에서 ‘법’ 이외에는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완벽 혹은 불로장생을 꿈꾸는 돈 많은 인간과 오직 영업이익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존재목적인 의료산업의 만남은 가히 파괴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생명법’에 관한 선진국들의 입법례, 사법부 판결 등을 비교해보니 독일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나치의 인간실험 만행과 대학살을 경험했기에 그렇다고 한다. 생명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지 알기에 국가경제적으로는 손해가 되더라도 묵직하게 자기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눈앞의 이익, 돈을 내려놓는 것이 정말 어려운데 우리는 과연 어떤지, 법조인들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글쓴이 지현정 변호사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10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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