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크레도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을 연구합니다.

여러가지 충돌되는 가치들 사이에서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생명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 헌바 81)


PROLIFE

생명윤리

임신중절, 배아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조작, 대리모, 유전자 가위 등 생명에 관한 윤리적 법적 문제들을 연구합니다. 

태아생명권 보호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중인 생명체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됩니다. 




사단법인 크레도는 생명

지키기 위한 법을 연구합니다.

여러가지 충돌되는 가치들 사이에서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생명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PROLIFE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8.07.31. 선고 2004 헌바 81)

[6호] 생명윤리와 생명 법

법이라는 과학

1년에 걸친 칼럼을 게재하면서 정작 법학에 대해 쓰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이 글이 마 지막 기회라 법과 윤리의 관계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해본다. 일반인 뿐 아니라 법률 전 문가들도 법학에 대한 이해가 과거에 묶여 있 는 경우를 보게 된다. 법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그 좋은 예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처음엔 자연법이나 이성법이라는 단어에 친 숙하고, 법률실증주의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보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자연법주의자 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추측하 건대 교육과 실무 모두가 원인이다. 법학은 학교와 실무가 분리되어 있다. 학문은 형이상 학을 존중하고, 실무는 단순 법 기술로 이해 해야 할 것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학생 들은 졸업해도 자연법주의자가 된다.

나는 자연법론은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연법론의 이론 구조는 법률 규정 과 해석자를 각자 독립적으로 전제한다. 법규 정은 해석자가 없다면 기호 또는 문자에 불과 하다. 법 효과 원인은 인간의 해석이다. 이러 한 설명 자체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 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법론은 18세기 임마 누엘 칸트가 제기한 주체의 이성적 판단과 객 관적인 상황의 이분적 구분에서 벗어나지 않 는다. 칸트가 살아가던 시대 이론 모형에 적 정한 수준이다. 오늘날 과학적 이론은 이런 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20세기 이성은 집 단의 선택을 받는다. 지성인은 소수가 아니 며, 지식은 독점되지 못한다. 21세기가 되면 독점적 전문가의 이성을 논의할 수 있는 여건 도 없어진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지는 순간, 훈련을 통해 독점할 수 있는 인식과 지능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현대 과학은 인간의 이해가 고독한 사유로 성 숙되는게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뇌신경과 학은 이 사실을 꽤 오래전부터 제안했다. 어 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려면 과거 처럼 사람을 기준으로 추정하는게 아니다. 어 떤 사람이 읽고 본 자료(data)들만 알면 충분 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 령의 당선은 대부분 여론 전문기관도 예측하 지 못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설문조사나 선호 도 질문만 고집한 여론 조사기관들은 선거 후 자신들의 오래된 방식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 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유일하게 트럼프 의 당선을 예측한 조사 방식은 현대적 데이터 를 이용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문장들을 분석했다. 일단 글쓰기는 말하기보 다 많은 인지적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같은 정보라도 쓴 글이 말보다는 주체의 본심에 일 치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인터넷 공간의 짧 은 글들을 컴퓨터로 분석한 정보가 막대한 비 용을 들여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분석 결론보다 높은 일치도를 보인 것이다. 이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의 경쟁력이다.

현대사회에서 법해석은 법률과 사안의 폐쇄 적 처리 과정이 아니다. 사람의 살인을 평가 하는 방식은 사안과 형법 제250조의 적용만 고려할 수 없다. 근대 이전의 법은 이러한 관 계성을 고려할 수 없었다. 오로지 해석자의 지식과 정보에 의존하여 사안을 판단해야 한 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회 제도는 근대 후반 정립되었고, 그에 맞추어 대학교육은 폭발적 으로 증가한다. 법률의 증가도 있었다. 영미 법 조차도 이제는 전통적인 보통법(법률 없 이 이전 판례들을 검토하여 결정하는 방식) 을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그에 맞추어 법이 론은 해석 규칙을 정하기 시작한다. 즉 법원 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는 사태를 미리 판단하 게 해석 데이타를 삽입시키는 것이다. 지속 된 입법으로 법규만으로도 해석을 위한 토대 가 만들어진다. 해석자의 지위는 점차 줄어들고, 법체계가 설계한 방식의 해석만 유지되어 야 한다. 자연법론이 근대 법이해에서 타당성 을 잃는 이유이다.   

19세기 과학적 사고란 수천년 동안의 인류 문 명의 이성적 방법론을 집약시킨다. 근대 교육 에서 수학을 보면 비교적 이 특성이 단순해진 다. 우리는 간단한 수리적 규칙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에서 소위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미분 적분까지 배운다. 한군데서 삐끗하면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 이유는 현대 수학이 기본적으로 삼각형의 내각의 합(180도), 가상적인 원을 정하는 규 칙( 3.14…), 함수의 위상공간(4분면), 삼각 함수를 통해 만들어지는 각 곡선(사인 코사 인 탄젠트 등)을 추론하고, 한 지점을 알아내 기 위한 미분법과 그 합산을 통해 다음 궤적 을 예측하는 적분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 기 때문이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중간 과정 이해가 아니라, 다음 과정과 관련 영역을 이해하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여기서 현대적 과학의 특성도 형성된다. 우리는 해석 학(미적분학의 다른 이름)을 다룰 때 삼각함 수의 특성에 의심을 갖지 않는다. 삼각함수의 이론적 토대가 검증되었다는 기대 때문이다. 방정식이란 하나의 모듈(module)이다. 관계 된 수학 이론은 이를 확장시켜 만든 구조 설 계(structual design)로 볼 수 있다. 각 모 듈은 다른 과학 기술에서 응용된다. 예를 들 어 통신기술은 삼각 함수의 파장 특성인 가우 시언 방정식을 토대로 하고, 양자역학은 유클 리드 공간을 복소수 평면으로 확장시킨 해밀 톤 공간 덕분에 연산을 할 수 있고, 의사들은 불츠만 방정식 때문에 주사제가 환자의 몸에 퍼지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20세기 법학은 „"과학"이다. 과학적 규칙에 가깝다. 오늘날 법은 해석자의 관점이 아니 라, 법규와 법규 간에 정한 규칙에 따라 자동 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다. 여기서 법관은 고독한 법해석자가 아니 라 광범위한 법률들간 규칙 연결을 통해 법 을 기능적으로 활성화시킨다. 아주 오래전부 터 „법관은 "법률을 말하는 입"(몽테스키외) 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법관은 법이 작동하 도록 도와주는 "기술자"여야 한다.(니클라스 루만) 

윤리적 법과 법적 윤리 "윤리"란 한 사회에서 윤리적인 것으로 인식 되는 행동과 판단을 말한다. 현대사회 법제도 는 윤리적이지 않는 경우는 있지만 비윤리적 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 이 현대법의 DNA때문이다. 법은 법의 해석 과 적용, 그 절차, 효과, 심지어 잘못 적용될 경우의 회복까지 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 서 해석을 위한 규칙이 비윤리적이어야 그 결 론(법효과)으로 비윤리적 법이 나올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법적용에 분노를 느끼는 경우 는 있는데, 법률 자체가 문제인 경우보다는 그 적용이 (인간에 의해) 잘못 되거나, 판결 의 의미를 오해할 때 그런 감정에 빠질 수 있 다. 간단히 말하면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해킹 당했거나, 결과치를 잘못 판독한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통용되는 법률 중에는 „"윤 리" 표제를 달고 있는 법률들이 있다. 대표적 인 것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약 칭 생명윤리법)이다. 이 법률은 윤리를 고양 시키거나 지키기 위한 규칙이 아니다. 법률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같 이 기존 헌법이나 조약에서 형성된 법규범들 과 새로운 생명공학기술의 행위 방식이 법체 계 내에서 무리없이 순환되도록 조정해준다. 1990년대부터 논쟁된 생명윤리법의 많은 논 쟁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가 살펴보 면 이 법률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다. 만일 다 른 법규범과 규칙들이 조화되어 그동안 고민 하던 문제들이 줄어들었다면 정상적인 프로 그램으로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않고 지속적 으로 논쟁이 발생한다면 프로그램 버그 또는 오류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생명윤리법은 윤 리를 법으로 보호하는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 로 승인된 윤리가 작동하도록 법으로 결정한 기능성 목록으로 볼 수 있다.

법률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사회적 가치를 보호하거나 강제하기 위하여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윤리는 법률의 구성 부분이다. 다른 관 점은 법률이 갈등을 얼마나 해소시키고 있는 가 평가한다. 이 경우 윤리적 관점은 구성 부 분이 아니라, 법률의 결과이다. 후자가 근대 적 법이해에 가깝다. 만일 윤리적 이해를 단 순 구성요소로 보고 입법 절차를 객관적 과정 으로 보면, 윤리적 이해가 바뀌었다고 법률이 개정될 필요성보다는 윤리적 이해를 근거로 법률을 유지할 필요성이 더 많다고 설명하기 쉽다. 그 이유는 윤리적 평가와 판단은 다른 사회적 이해와 달리 오늘날 복잡하고 다층적 인 토론을 거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아 와 태아는 법개념이 아니다. 법률은 이를 직 접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윤리법은 2003년 제정하면서 배아를 법 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또 한 태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나 치료행위를 금 지한다. 당시 논쟁점은 배아 연구를 위한 인 간 배아의 생성 여부였다. 전통 윤리는 이를 금지하는 것이고, 과학적 입장은 임신 목적으 로 생성된 배아 중 그 목적이 종료된 경우 연 구할 수 있자는 것이다.

이 논쟁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답답했던 이유는 윤리는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관 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윤리란 주관적 결단이나 인지적으로 만들어 지는 결정이 아니다. 이 문제는 "비트겐쉬타 인의 „사적 언어" 문제인데, 솔 크립키(Saul Aaron Kripke)가 1982년 책 „Wittgenstein on Rules and Private Languag"( 남기창 역, 비트겐쉬타인 규칙과 사적 언어, 2008년 철학과 현실사)에서 아주 명료하게 해결하였다. 과학적 방식은 성립된 규칙을 따 라야 한다. 법률 제정은 자신의 주관적 윤리 관을 주장하는게 아니다. 근대적 입법이란 이 미 확립된 윤리 규칙에 확장할 규칙들이 조 화될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일이다. 즉, 새로 운 전자기기를 설치할 때 적당한 연결성을 검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입법도 과학이다.

요컨대 우리는 "윤리적 법"의 시대가 아니라 "법적 윤리" 시대를 살고 있다. 


하부체계로서의 법

8-90년대까지 법과대학은 권력에 관심을 가 진 젊은 학생들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법과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한 시험에 통과하면 권 력에 다가간다는 미신이 통했던 것같다. 적어 도 2000년대 이후 법과대학생들은 그런 허 망한 꿈을 좇지 않는다. 다행이다. 사실 법학 이 권력행 통로였던 적은 없었다.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 1927- 1998)에 따르면 사회는 다양한 체계들로 구 성된다. 사회는 너무 복잡해져서 더 이상 하 나의 학문이나 이론이 통용될 수 없게 되었 다. 하부체계는 다양한데 예술, 정치, 문학, 종교, 윤리, 기술 등의 자기만의 전문적 영역 이 포함된다. 법학은 그 중 하나이다. 루만의 생각은 현대 법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 다. 체계이론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데, 경희대 강희원 교수의 루만 „법사회학“ 번 역판은 일찍이 출간되었다. 2010년 이후 고 려대학교에 부임한 윤재왕 교수의 왕성한 번 역작업으로 체계이론의 중요 이론들은 대부 분 번역 소개되고 있다.

루만은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탈 코트 파슨스에게 사회학을 배운 후 독일 마부 르크 대학에서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래 서인지 체계이론의 착상은 법학적 이해와 많 이 유사하다. 나는 사회학 이론가들 중 루만 같은 착상을 공유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 래서인지 루만은 사회학 보다는 법학에서 더 활발하게 연구된다. 특히 그의 „하부체계로 서의 법학“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 적 법의 미신을 벗겨 내는데 유익하다. 법학 은 하부체계일 뿐이고 모든 것을 관장하는 메 타 이론이 아니다.

나는 2007년부터 학교에서 틈나는대로 학생 들에게 체계이론을 강의하는데 20대 초반 학 생들은 체계이론을 쉽게 이해하는 것을 목격 한다. 상대적으로 법학을 오래 전공한 전문가 들 집단은 체계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명확한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추측하 건대, 체계이론이 가진 전제와 배경에 젊은 세대들은 직감으로 친숙함을 느끼는 듯하다. 체계이론은 전산이론과 많이 닮아 있다. 이론 의 설계 자체가 생물학에서 비롯되었고, 주된 설명들이 정보통신과 컴퓨터 등의 기술적 작 동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루만은 법 과 사회를 코드와 프로그램으로 작동되는 컴 퓨터 작동 원리로 설명한다. 반면에 현역 법 률가들은 전산 기술에 이해가 없는 경우와 이 기술적 설명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법학자들은 루만의 체계이론을 마치 철학적 형이상학처럼 오해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와 네트워크 이해가 빨 라서 그런지 몰라도 체계이론의 특성을 쉽게 이해한다. 나는 가끔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재 미있는 실험을 하기도 하는데, 법률 문언을 세부적인 요소 명제로 바꾸고, 이를 작동할 수 있는 간단한 명령어로 코딩 해보는 것이 다. 프로그램으로 작동시키면 워드프로세서 의 오탈자 찾기처럼 순식간에 오류가 발견된 다. 판례를 요소 명제로 바꾸고 코딩하여 프 로그램에 물리면 형식 오류와 다른 명제(법 률)와 모순 관계를 찾아 준다. 이 실험을 통 하면 법학에서 난해한 문제란 진짜 어려워서 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텍스트 자체의 진술 간 모순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즉 형성된 판 례의 논리 체계나 다른 법규 관계 설정(진술) 이 잘 못되어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탓할게 아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꽤 많다.


Super Cruncher 데이터 기반 이해 

현대 과학이론은 사람의 직관이 아니라 객관 적 데이타에 따라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통 상 고전적 세대들은 이해 못하거나 꺼리는 행 동 방식들이 있다.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증 거에 기반한 판단을 학문적 훈련의 기본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새로운 세대들은 데이타 중 심 판단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좋은 예는 부 모와 자녀 간 컴퓨터 게임에 대한 의견 차이 이다. 특정 세대 집단은 게임을 무의미한 시 간 낭비로 생각하는데, 어린 세대는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네트웍에서 데이타가 빠르게 전달되는 것 자체에 흥미를 가진다. 여기서 열정적 게임광이 나중에 세계적인 프로게이 머로서 된다는 식의 우연성을 말하는게 아니 다. 그런 분석은 대부분 고전 심리 이론의 오 해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경제학자들은 미국으로 자살테러 를 위하여 잠입하는 테러범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하는게 유리한지 고민할 수 있다. 시카고 대학교 스티븐 레빗(Steven David Levitt) 교수는 „"괴짜 경제학"(Freakonomics)이라 는 유명한 책 2편(Super Freakonomics, Harper Collins 2011)에서 이 문제를 다룬 다. 레빗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미국의 정보 국에 의해 관리되는 테러리스트는 나이와 성 별, 출신, 이름, 종교, 가족관계, 그리고 금융 정보로 구분된다. 자살테러를 목적으로 입국 하는 경우 일정 기간 사용할 자금만 가져온 다. 그렇기 때문에 조회한 조건에 맞는 대상 이 되는 순간 수사기관의 요주의 인물이 된 다. 이 대상이 안 되려면 생명보험을 가입하 는 편이 유리하다. 생명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자는 적어도 짧은 기간 안에 자살 테러를 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데이타 기반 시장은 실물 경제이론을 전복시 키기도 한다. 운동화의 실물 시장은 소비자 들이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의 생산과 이를 광 고하여 판매되는 최종 수입으로 평가된다. 그 러나 미국계 회사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 는 전통적 생산-소비의 규칙을 깨고 있다. 마이클 조던이란 농구선수 이름으로 출시된 1985년 시리즈는 현재 32번째 에디션이 출 시되고 있다. 한 에디션마다 생산량과 기간 이 정해져 있는 특성상 조던 시리즈의 특정 색상과 제품군은 생산 중단 후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을 만든다. 출시될 때 69불이던 운동 화가 2018년 3천만원에서 그 이상에 판매되 는 경우도 있다. 이를 Resell(재판매) 시장이 라고 한다. 나이키 에어 조던 리셀 시장 총액 은 2018년 기준 1조원이 넘었다. 리셀 경제 는 다른 운동화나, 고급 시계, 가구, 자동차 등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 셀시장의 특징을 데이타 분석으로 보고 있다.

데이타는 판매량과 선호도, 그리고 남은 재고 와 다른 매스 미디어 노출도 등을 제시한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은 전통 경제학처럼 직 관에 따라 이해된 가설과 추측으로 구성된 요 소(증거)를 통해 평가하는게 아니라 네트웍 에서 순간적으로 처리되는 데이타 흐름의 특 성을 새로운 가치로 이해한다. 운동화의 디자 인이나 기능이 아니라 전체 생산량과 선호도 관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립적 데이타를 원 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장에서 많이 선택 된 인기 제품보다는 데이타의 집중과 흐름이 빨라지는 희귀 제품이 네트웍에서 리셀 시장 에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정보 분석이 가능해진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세대는 가 공된 정보가 아닌 순간적 데이타 흐름을 통해 판단하는데 익숙하다.

과거 리니지 사건 때 게임 아이템이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제 고가의 게임 아이템은 거대 상 속재산으로 편성될 만큼의 규모로 성장했고, 몇 해 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비트코인(암 호 화폐)의 기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인공 지능 발전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은 전통적으 로 법학이 담당하던 인증 체계를 빠르게 잠식 하고 있다. 조만간 공증과 같은 분야는 블록 체인 기술로 대체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 술은 비밀유지가 필요한 자료들을 해킹만 아 니라 저작권 보호까지하여 보호할 수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이 기술을 이용한 정품 인증 시스템을 만들었다) 부동산 등기는 블 록체인으로 관리하면 영구적 보안이 가능하 고,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기술과 연계 시키면 부동산 거래는 1초 이내에 자동으로 완벽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근대 법학이 규칙의 기능적 관리로 인식되면 서 고도로 발전한 전산 프로그램으로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은 1960년대부터 법학에서 활 발하게 예측되었다.


칼럼을 마치며

1년간의 크레도 칼럼을 통해 낙태와 존엄사, 유전자 편집술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목적 은 의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 문 제에 법학이 어떤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을 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의료 법학은 새 로운 분야이다. 그런데 의료 법학의 연구 내 용을 보면 항상 유지되는 패턴이 있다. 새로 운 문제 해결을 위하여 오래된 해결책을 적용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오래된 해결책(법학) 은 현재의 문제 해결에 약할 뿐 아니라 오래 된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의생명공학 기술과 법학은 같은 시공간에 있 다. 함께 발전하고 있다. 체계이론적으로 법 은 또 다른 하부체계인 의생명공학과 윤리학이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도와 줘야 한다. 법 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다. 이를 넘어 어떤 가 치적 강제를 법으로 제안하는 일은 현대적 법 학과 부합하지 않는다. 법관은 직업인이고 사 회적 가치를 결정할 자격을 가지지 못한다. 비전문적인 입법과 권한을 초과한 주관적 판 결이 만연하는 현실은 매우 아쉽다. 체계이 론의 실질적 완성자로 볼 수 있는 군터 토이 브너(Gunther Teubner 1944-)는 하부체 계 내의 정밀한 토론과 문제해결이 증가되어 야 하며, 법률에 과다한 기대를 거는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법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 는 현상을 '조종의 트릴레마'(regulatrory trilemma)라고 한다. 법학이 사회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하 부체계와 조화되지 못한 채 영향력이 과다해 지는 경우(법률 만능주의)를 주의해야 한다. 법에 과다하게 해결을 기대하고, 원하는 답 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사회 내 규칙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위험 하다.

전문화된 법은 더욱 세분되어 각자의 영역을 만든다. 오늘날 유명한 법학자도 일반인 정도 수준의 이해와 과거적 이해에 고정된 경우가 많다. 물론 유명한 윤리학자나 의생명공학자 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무능력은 최종적으 로 시장의 선택을 통해 걸러져야 할 수 밖에 없다. 전문 하부체계 역시 사회의 자율적 선 택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적어도 헤겔과 베 버 이후 사회과학은 울리히 벡(Ulrich Beck 1945-2015)이나 기든스(Anthony Giddens 1938-)의 프로젝트처럼 개인을 중심 으로 제도가 결정되는 것은 반대한다. 고전적 이해 방식에서 잠시 떠나보는 것이 현대 법제 도를 이해하는 유리한 조건이다.

법학은 실제 사태를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 아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 과정을 세련되게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전 통적인 정의나 윤리, 도덕은 각 전문 하부체 계에서 스스로 결론을 얻도록 법은 그 절차 를 만들어야 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무엇을 얻으려는 집단이 기존 규칙의 변경을 요구한 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왜 곡되기 쉽다. 대부분의 생명공학 기술과 관 련된 사건들은 같은 패턴을 가진다. 특정 기 술의 이익을 사회적으로 승인 받기 위하여 입 법과 사법 절차를 도구화하는 것이다. 입법은 하부체계 영역으로 논의가 보장되도록 절차 를 구성하고, 그에 따른 결론이 기존의 규칙 들과 조화되도록 결정해주고, 입법 이후 파생 될 규칙 간의 균형성이 확보되게 만들어야 한 다. 시민의 자율적 선택이 최소화될 수 있어 야 한다. 사법은 규칙 간의 논리적 결과에 우 선적으로 일치해야 하고, 교환되는 다양한 데 이타를 통해 규칙 간 모순 없는 행위 기대가 판결의 결과로 활성화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법은 강제가 아니라 합리적 조절로 모두가 승 인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법 을 강제로만 생각하면 국가는 깡패 집단과 다 를 바 없다.(Hans Kelsen) 






신동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독일 괴팅엔 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이수하였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 기독교생명윤리협회이사, 낙태반대연합 법률자문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국립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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